성우업계의 개그콘서트가 되어 가는 투니버스 극회 -section 5 : 성우


최근에 타방송국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다수 KBS 공채 시험에 합격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사실 가장 간단한 답은 이겁니다. 현재로서 개그맨 스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이죠.

개그맨 지망생들 입장에서 개그프로그램에 대한 지원도 별로고 편성은 오락가락이라 조금 유명세를 펼칠 법하면 편성이 새벽 근처나 아주 오전으로 변경되거나,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되어 버리는 방송국은 아무리 개그맨이라는 꿈이 절실할지라도 선택의 폭 안에 넣기 어려울 겁니다.

개그콘서트는 탄탄한 내부시스템과 방송국 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안정적인 편성 등으로 지금도 걸출한 신인들을 배출해가면서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팀킬정도전 때문에 조금 주춤하고 있지만 정도전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전환되겠죠.


이 포스팅을 쓰게 된 이유는 조금 뜬금없지만, 마이리틀포니에서 애플블룸 역으로 나온 투니버스 8기 김채하 씨의 하드캐리를 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성우라는 직업도 사실 연예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 내에서도 어느 정도의 유명세가 있어야 프리랜서가 됐을 때 CF라든가, 내레이션, 물론 애니메이션이나 외화 등 주력스케줄을 얻는데 용이하겠지요. 예를 들어 광고업계에서는 무조건 미성의 목소리를 가진 성우를 쓰는 건 아닙니다. 물론 첫째로 중요한 건 광고 분위기에 맞는 연기가 가능한 성우겠지만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고 이 포트폴리오에는 성우에 대해서 크게 관심없을 가능성이 높은 디렉터가 그래도 조금은 알만한 경력이 기재되어야 하지요. 이 연장선상으로 김구와 버벌진트, 김지혜(토리)와 같은 비성우이지만 경력 등을 보고 그대로 채용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모 위키에 나온바로는 그야말로 보그체를 구사하기 딱 좋은 목소리들)

이 유명세를 확립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전속기간이겠죠. 전속기간 동안 어떤 경력을 쌓는가가 승부수고 이를 토대로 성우들은 타업계에 어필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하게 됩니다.

여기서 한국의 성우 극회들을 살펴봅시다. 우선 공중파인 KBS와 MBC, EBS가 있고, 케이블에 CJ E&M(투니버스), 대원, 대교, CBS, PBC가 있는데, 성우 지망생의 관점에서 현재 신입 유입이 안 되는 CBS와 PBC는 논외가 됩니다. MBC도 선배층이 막강해도 신입을 안 뽑으니 열외. 대교는 최근에 신입 공채를 뽑긴 했지만 일정이 불안정하니 여기도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남는 건 KBS, EBS, CJ, 대원입니다.
앞에서 유명세를 확립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전속기간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속기간에서 유명세를 확립하기 위한 방법은 당연히 조금이라도 인지도가 있는 작품을 '많이' 하는 겁니다.

잠깐 개콘 이야기를 하자면, 신인 개그맨이 인지도를 쌓기 위해서 개콘이 취하는 방법은 단역으로라도 최대한 많은 코너에 내보내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신인 성우도 전속기간에 이름을 올리려면 엑스트라라도 많이 출연을 해야 하는 거죠. 심지어 신인 성우에게 단역 출연이 너무 잦다고 뭐라할 사람도 없습니다.

여기서 성우 지망생들은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소위 '네임드'로서의 KBS 이름이 아직 먹히고 있고 그에 따라 지원자들도 몰리는 것이 맞습니다만 현재 KBS 전속 신인 성우들의 출연 기회는 상당히 축소된 상황입니다. 외화 편성은 축소됐고 애니메이션 편성량이 대폭 감소했으며, 라디오 드라마는 이미 홍보 부족과 청취율 급감으로 포트폴리오에 한 줄 넣는 정도지 인지도를 쌓기는 어렵습니다. 일반 내레이션은 이미 기성 성우들과 연예인들까지 들어온 과포화 시장이니 전속에겐 어림도 없지요.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인지도 확보와 유효한 경력 한 줄을 쓸 수 있는 곳이 바로 투니버스입니다. 투니버스 극회는 상당 부분 개콘의 시스템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탄탄한 선후배 간의 조화와 방송국 차원의 적극적인 콘텐츠 제작 및 인지도 있는 프로그램 편성이 잦은 이런 환경은 신인 성우가 실력 있고 나름 시장에서 먹힐 만한 프리랜서로 만들어 주기 쉽습니다. 물론 개콘이나 투니버스가 묻히는 신인이 존재합니다만, 현재 놓인 초이스 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걸 생각하겠습니까?

이런 경향에 따라 실력 있는 성우 지망생들도 투니버스 극회에 몰리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 투니버스산 화려한 신인의 등장을 촉진시키는 힘이 되는 것이죠. 물론 실력만 놓고 보면 다른 극회에서도 김채하 씨 같은 신인 성우분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인지도의 부재는 결국 그 성우를 그 이상의 자리로 끌어 올려주지 않는 것이죠. 결국 편중적인 선순환과 악순환이 존재하게 되는 겁니다.

투니버스 극회는 이 독보적인 위치를 계속 고수하게 될 것이고 방송사 차원에서 구조적인 개편이 없는 한 이 우위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 봅니다. 한국 개그계가 지금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지금과 같은 현실을 말이죠.


덧글

  • 피그말리온 2014/05/28 20:33 # 답글

    뭐 그나마 개콘이라도 있으니...라는 심정도 없는건 아니라서...
  • NET진보 2014/05/28 21:28 # 답글

    그나마.....더빙하는 애니방ㅅㅇ도 줄고있고 ㅠㅡ
  • 로자노프 2014/05/30 16:52 # 답글

    여담이지만 정도전때문에 개콘 시청률이 주춤하긴 한데 20화 이전에는 오히려 정도전 팬들이 개콘때문에 정도전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었죠...
  • 1234 2016/11/15 14:47 # 삭제 답글

    1234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