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ret Mission 『S Relief』 실험의 결과물 -section 8 : 팬픽


Secret Mission 『S Relief』 실험의 결과물

14년 전.
미드칠더력 113년이자, 신력 64년.

사페스 행성의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차가운 연구시설에서 뜨거운 심장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생명과는 전혀 상관없는 금속과 화학물질들로 만들어진 기계들은 비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차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바깥의 것과는 전혀 다른 생명이라는 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남자와 여자 구분 없이 하나 같이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그 주변을 돌아다닌다.
과학자들의 시선은 거대한 유리관에 집중되고 있었다. 거대한 기계들이 여러 가지 회로와 배선으로 연결된 난잡한 장치 중에 하나인 거대 유리관 안에는 한 명의 소녀가 보존 용액과 함께 보관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 봉인을 깨는 날이었다.

"보존액 제거 80% 완료."

"외부 생명유지장치 제거 준비 완료."

"현재 생체 반응 이상 없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한 명의 소녀와 기계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동안 하얀 가운이 일색인 그곳에서 유일하게 검은 정장을 입은 페리 잭은 조용히 그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나저나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입니다. 당주님은 어디서 이런 걸 구해오신 겁니까?"
 
그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고 있던 잭 가문의 과학자는 한 손으로 디스플레이를 만지작거리며 페리 잭에게 말을 걸었다.

"운이 좋았지. 다행히 그 얼빠진 놈은 그것에 대한 가치를 모르더군. 돈 몇 푼에 팔아주다니 말이야."
 
"뭐, 고대 베르카 시대를 지낸 특별한 왕의 유전자 합성에는 '렐릭'이 필요하니까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힘을 끌어올릴 수가 없죠."

"다른 3명의 왕과는 다르게 이쪽은 구전으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왕이야. 무한서고에서 우연히 그 존재를 알게 된 것은 행운이지. 관리국의 감시를 피해서 공수하는 건 좀 어려웠지만."

"관련 기술을 제공한 제일 스칼리엣티에게 감사해야겠군요. 뭐, 핵심 기술까지는 제공 받지 못해서 미드칠더식으로 변환해야 하는 건 아쉽지만요. 어쨌든 그의 지식은 같은 과학자로서도 꽤 질투가 납니다."

"뭐, 녀석도 실제로 결과물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야. 그리고 우리가 먼저 그것을 보게 되겠지."

페리 잭은 살짝 파인 자국이 있는 자신의 손등을 보며 생각한다.

'내 유전자까지 일부러 넣어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는 완벽해야만 해.'

허공에 생겨난 패널을 만지던 과학자의 손이 멈춘다.
최종적인 조정이 그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마무리된 것이었다.

"녀석의 정체는 뭘까요?"

"훗. 향간에는 지상본부 지하에서 벌벌 떨며 숨어있는 최고평의회 녀석들이 무언가 목적을 위해 놈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말이야."

"그래 봐야, 보존 용액에 든 뇌가 생각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겠죠. 세상은 변하고 있습니다."

"놈들이 뭘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 필요가 있을 거야. 뭐, 메리슨 총사령관의 수족 역할을 하는 자리에 있으면 알아내기는 수월하겠지."

"뭐, 메리슨 총사령관과 같이 있는 것 자체로도 자연스럽게 알 수도 있겠지요."

그의 말에 페리 잭은 깊은 의미가 들어있지 않은 미소를 짓는다.
양복의 안에 손을 집어넣은 그는 종이를 꺼내 그에게 보여줬다.

태양빛에 잘 구워진 것 같은 과학자의 구릿빛 손에 대비되는 하얀 종이에는 작은 검은 무늬들이 일정한 문자라는 형태를 이루어 내용을 표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는 작은 소녀에 대한 페리 잭의 지시 내용이었다. 각종 지식 투입 정보, 미세 조정 수치, 약품 투여 정도가 종이에 기록되어 있다.

내용을 읽은 과학자는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다시 페리 잭에게 종이를 건넸다.

"음, 이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난 내일 취임식에 참석해야 하네. 실수 없이 잘 해줬으면 좋겠군."

"특별한 일이 없다면 정상적으로 되겠죠. 물론 이 아이의 자질 문제겠습니다만."

그 말이 끝나는 쯤에 보존액이 빠져 나간 유리관이 천천히 열리고 있었다.
여성 과학자들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는 10살 전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다리는 불안정했지만,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과학자들에게는 흔한 반응이었다.

그 나이에 맞게 적당히 튀어나온 가슴과 가날픈 몸, 그리고 용액이 묻어 축 늘어진 긴 푸른 머리카락, 그리고 회색 눈동자. 그리고 살짝 주황빛이 도는 피부.
전반적으로 잭 가문의 생김새와는 다른 그녀의 외모는 페리 잭이 의도치 않은 결과물이라서 그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것이 좋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외모가 저러니…. 성이 같으면 곤란하겠지?'

그는 이윽고 좋은 이름을 생각해냈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적당한 외투를 구한 과학자가 그녀에게 옷을 걸치고 손가락으로 페리 잭을 가리킨다.
그건 페리 잭에게 말한 것이 아니다. 방금 유리관에서 나온 그 소녀에게 알려준 것이다.

그 소녀는 자신과는 조금 다른 것 같은 구릿빛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자신을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누구세요?"

어느 정도의 사고를 가진 그 아이가 세상에서 한 첫 마디였다.

"널 태어나게 한 아버지란다."

그리고 페리 잭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방금 생각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이자벨 크림슨'이라고.



Secret Mission 『S Relief』
마지막 실험



아키는 갑자기 발생한 일에 잠시 멈칫했다.
자신에게 진짜 실력을 발휘하게 할 만큼 대단한 위세를 가진 적,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진 그 적, 그리고 그 적과 함께 사라진 친숙한 마력을 가진 누군가.

그녀는 자신과 싸웠던 그 금발의 마도사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아키가 카림 그라시아를 끌고 그 접선장소에 왔을 때 알프와 그녀의 옆에 있던 3명의 마도사들 중에서 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분명히 국장님과 아는 사이였던가?'

그리고 아키는 거기에서 생각을 끊고 다시 주변에 신경을 집중했다.
그녀에게는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

이곳은 전장.
게다가 아군인 아까 그 금발의 마도사가 사라진 뒤, 성왕교회는 사기가 떨어지기는커녕 더욱 맹렬히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페이트가 적의 에이스를 끌고 갔다! 이대로 총 공격하라!"

'아마 에리히 비오였던가….'

아키는 소리를 지르는 에리히 비오 신부에게 잠깐 눈길을 줬다가 금발의 마도사와 싸우기 위해 상승시켰던 마력을 다시금 억제했다.

판단력이 흐려진 것인지, 아니면 애써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것인지, 아군에게 갑자기 자신들의 히든카드가 이유도 없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에리히 비오 신부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간다.

아키는 그 모습을 외면하고 이쿠스 배리어의 마력이 감지되는 쓰러진 트레일러에 접근했다.

아키가 트레일러에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하자, 오마르는 아군들에게 외쳤다.

"엄호하라! 고지가 눈앞이다!"

오마르의 칸자르가 에리히 비오의 디바이스와 부딪히며 불꽃을 일으켰다.
강한 충격이었지만, 에리히 비오는 그것으로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싸우기 힘들어졌다고 오마르는 생각했다.

"그 정도로 성왕의 가호를 뚫을 수 있을 것 같나?!"

"오만하군!"

"너희 같은 불한당 놈들이 지껄일 이야기는 아니지!"

[Olivier Light]

기계적인 음성이 공중에 울려 퍼진다.
이어서 하얀 빛이 강렬한 두 개의 창이 빠르게 구축되어 적을 자비로 태우기 위해 발사되었다.

[Round Shield]

빛의 창이 오마르의 몸을 덮치기 전에 붉은 라운드 실드가 가까스로 전개되었다.
붉은 마력의 원반이 마력을 튕겨내자, 오마르는 바로 칸자르로 돌진을 감행했다.

공기를 가르며 칸자르의 마력의 날이 궤도를 그리며 붉은 광선을 하늘에 새겨 놓는다.
그러나 에리히 비오는 오리비에의 자비가 내려진 이 하늘에서 오리비에의 자비를 부정하고 이쿠스 배리어를 빼앗으려는 시도를 하는 자들이 흔적을 남기는 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어설프게 달려들면 좋은 꼴은 못 보지!"

"그런 말은 이거나 막고 말해라, 신부!"

한 쪽 끝에 3개의 수정체 보석이 달린 지팡이의 모습을 한 디바이스를 휘두르는 에리히 비오는 디바이스의 몸체로 능숙하게 칸자르의 마력의 날을 흘려 보냈다.
그러나 오마르도 칸자르의 공격 경로가 적에 의해 틀어지는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칸자르를 들고 있던 오른손을 풀고 왼손으로 바꿔 쥐어 그대로 휘둘렀다.

그대로 마력의 날이 에리히 비오의 배리어 재킷의 소매 부분을 찢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본 오마르는 기세를 놓치지 않았다. 끊임없이 돌격하고 돌격한다.

"돌격밖에 모르는 건가?!"

"네놈 같은 놈들에겐 이게 처방전이야!"

"웃기네!"

에리히 비오는 계속 공중에서 자신의 비행 속도를 따라 잡으며 맹공을 퍼붓는 오마르를 라운드 실드 너머로 확인했다.
방어 중에서 공격의 빈틈이나 패턴을 찾는 것은 전술의 기본이다.
그러나 방어만으로 그것을 알아내서 완전히 적을 봉쇄해버리는 것은 결코 AA+랭크가 간단히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숫자는 적지만 실력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S랭크조차도 거기에서 애를 먹는다.

그러나 필사적으로 찾는다.
이대로는 플로렌시오나 로엘은 고사하고 이쿠스 배리어도 놓칠 수 있다.
에리히 비오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미 열 번은 넘은 속도가 붙은 칸자르의 마력의 날을 라운드 실드로 힘겹게 버틴다.

"원하는 대로는 안 되지!"

그 때, 오마르는 갑자기 공격 자세의 패턴을 바꿨다.
단순히 찌르거나 위에서 아래로 베거나 날을 30도 정도 눕힌 다음 대각선으로 치는 정도가 아니라, 칸자르를 한 바퀴 돌렸다가 그 회전력을 이용하여 공격하기도 하고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칸자르의 생김새 특성상 속도를 이용한 빠른 찌르기 공세를 쓸 수 없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대신 행성의 그림자에 가려진 위성처럼 바나나같이 생긴 특유의 곡선미를 활용한 공격 패턴의 유연성과 의외성이 더욱 에리히 비오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크흑…."

실제로 지금 에리히 비오는 계속 라운드 실드를 전개한 상태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속도는 떨어뜨리지 않는다. 이대로 전투 지역에서 벗어나도 문제는 없다고 그는 확신한다.

그리고 확신을 했을 때, 오마르는 공격 중에 눈알을 굴려 동료들의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 정도의 여유를 오마르는 가질 수 있게 됐다. 
트레일러에 아직 있는 이자벨(아키), 트레일러에서 동쪽 부근에 두 명, 트레일러 근처 액셀코스 활성화 지역에 츠마부키, 그리고 그 다음을 보려는 순간, 오마르는 이상을 감지했다. 

"전투 중에 뭘 하는 거지?!"

순간 미세한 차이로 칸자르의 공격 타이밍이 늦춰진 틈을 이용하여 에리히 비오가 라운드 실드를 깨뜨리고 왼손으로 마법진을 펼쳤다.

"스팅거 블레이드!"

어쩌면 B랭크 이상의 마도사에게는 기본적인 마법일 수도 있지만, 공격 마법 중 가장 시전 속도가 빠르고, 마법 속도 자체도 빠르며 의외의 국면에서 역전을 만들어내는 마법이다. 
움찔한 오마르가 칸자르로 대응하지 못하고 몸을 젖혀 예리한 마력의 창을 피했다.

"위, 위험했…."

시야가 하늘로 옮겨지며 오마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나 에리히 비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술식을 구축한다.

"트랜스포터."

다시 에리히 비오가 있는 곳에 시선을 둔 오마르는 원래 있어야 할 곳에 그의 몸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순간, 등에서 아픔을 맛봐야 했다.
에리히 비오가 휘두르는 디바이스의 뭉툭한 끝이 그의 척추를 때렸다.
지잉하는 느낌과 함께 아래쪽에서부터 힘이 풀려 나간다. 그리고 동시에 커다란 고통이 오마르의 신경에 엄습한다.

"아아악───! 이, 이 자시으아───!"

빠르게 대응을 하려고 했지만 물리적 아픔이 행동을 둔화시킨다. 척추의 깊숙한 곳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고통이 뇌가 내리는 근육신경에 대한 명령을 차단한다.
결국 이성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본능이 생존에 대한 의지를 표출했다.

칸자르가 휘둘러지자, 에리히 비오는 디바이스로 칸자르를 튕겨낸 다음 거리를 벌렸다.

에리히 비오는 슬쩍 찢어진 소매로 시선을 떨군 뒤, 바로 근대 베르카식 마법진 두 개를 띄웠다.
그리고 그는 이미 몇 번이나 연습한 듯 혀가 꼬인다거나 하는 인간적인 실수조차 없이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매우 빠르게 언령을 외우기 시작한다.

"신의 빛이 왕의 몸을 두르자 모든 사람이 경배한다. 어둠의 억압과 칠흑의 밤이 빛에게 씻겨 내리고 차단된다!"

"…뭐, 뭐야?!"

아직 숨도 고르지 못한 오마르는 완전히 제정신을 찾지 못했지만, 채 20m도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서 숨도 쉬지 않고 약간의 흙먼지가 묻은 배리어 재킷을 입은 신부가 외운 언령과 마법진에서 위협을 느꼈다. 잠시 본능적으로 움직인 오마르는 그에게 접근하는 대신 마법진을 펼친다.

원거리에서 고정된 목표에게 효과적으로 적을 타격할 수 있는 마법. 블레이즈 캐논이다. 분명히 적이 마법 시선을 위해 고정된 이 순간이 기회였다.
강렬한 열기가 시전자인 오마르에게 느껴질 무렵, 그걸 비웃는 듯 에리히 비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늦었어!"

순간 오마르는 여기서 돌진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얼마 되지도 않은 거리에서는 원거리 포격 마법보다는 접근전이 용이하다는 기본적인 이론을 그가 모를 리 없었다.
이성이 아닌 본능이 선택한 블레이즈 캐논은 돌격으로 인해 몸이 다칠 것을 우려한 선택이었겠지만, 생각해보면 칸자르라는 근접 공격이 가능한 디바이스를 쓰는 오마르에게는 이 편이 더 안전했다.

'마음만 급했다!'

근대 베르카식 마법진에서 펼쳐지는 마법은 이제 와서 후회를 하는 오마르에게 자아성찰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Respect for Light]

에리히 비오의 마법진에서 빠져 나온 방대한 양의 빛이 오마르의 시야를 지배했다.
눈은 뜰 수 없었다. 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어둠 속으로 피한 오마르였지만 그 어둠마저도 빛이 파고든다.

눈을 덮은 피부조차도 완전히 빛을 막을 수 없었다. 몇몇 광점을 제외하고 어둠만이 있어야 할 시야에 빛이 스며들어 그 색을 뿌리치고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눈을 뜨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는 잘 알고 있다.

시야를 잃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빛을 몇 초만이라도 직접 눈으로 받았다간 그대로 실명하고 만다. 그 정도 수준의 빛이다. 

오마르는 트랜스포터를 시도했지만 마법진이 구성되지 않았다.

"제길… 결계인가?"

빛이 내뿜는 소리에 그의 목소리가 묻히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트랜스포터는 기본적으로 결계 내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그 예외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오마르는 이 분야에서 그리 뛰어나지는 못하다.
기껏해야 100m 정도의 거리를 이동하는 정도로 트랜스포터를 사용하는 오마르는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빛에 대한 경의.

첫 번째 광선을 통해 시야를 빼앗고 그 사이 두 개의 마법진이 적의 정면과 배후에 배치되어 일정 공간에 빛을 내뿜는 AA+랭크의 결계마법. 그 엄청난 빛에 적은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다.
빛의 여왕이라고도 불렸던 만큼 광학 원거리 마법이나 광학결계 마법을 잘 사용했던 오리비에를 숭배하는 그에게 어울리는 마법이었다.

"흐음…."

에리히 비오는 그의 최강의 마법을 느긋하게 감상했다.
사실 감상이라기 보다는 마지막 조율이었다. 이 조율만 마치면 놔둬도 알아서 적은 소멸한다. 그것은 그런 마법이었다.
이 마법을 깰 수 있는 것은 이론적으로 이 빛의 마력을 뒤엎을 수 있는 방대한 마력의 포격이나 광역마법, 마력을 제어하여 공간에 빈틈을 만들어 결계가 가진 공간마법 제거 수식을 기만할 수 있는 고급 전송마법. 그의 머릿속에서 당장 생각나는 것은 그 정도였다.

"네놈이 리스펙트 포 라이트에서 빠져나갈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그는 오마르가 분명히 전투센스가 뛰어나지만 그 조건을 만족하는 마도사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단순히 느낌이 아니라 그 나름대로 객관적인 판단을 한 결과였다.

에리히 비오는 자체적인 판단으로 그가 최대 AA+랭크를 가졌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그들 중에서 이 정도를 뛰어넘는 마도사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오리비에 라이트를 이상한 마법으로 막아낸 백발의 여자 마도사가 마음에 걸렸지만, 일단 습격부대의 에이스를 처리한 것이 됐다. 
여기에서 오마르를 처리했다면, 수적 전력상으로는 아직 불리한 아군에게 이나시오 소속 전투신부라는 큰 전력을 제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적군에게는 비보를 가져다 준다.

'그 여자는 내가 가서 처리하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에리히 비오는 마법진을 보강하여 적이 빛을 더욱 경배할 수 있도록 수식을 고쳐나갔다.
디바이스를 제어하여 몇 가지 수식을 고친 에리히 비오는 마치 거대한 보석과 같은 형상을 한 '리스펙트 포 라이트'이 내뿜는 빛에 허리를 숙였다.

"위대한 오리비에님에게 영광이 있으리. 네놈도 오리비에님의 자비를 깨달았다면 좀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배리어 재킷을 치장하는 광석이 빛의 보석이 내뿜는 빛을 받고 반짝거렸다.
그것을 신호로 그는 손으로 성호를 긋고 비행마법을 이용하여 그 공역에서 사라졌다.



추락하는 페이트는 스스로 다시 정신을 차렸다.
바르딧슈의 상태를 점검한 페이트는 셋 업에 문제가 없음을 확인하고 다시 셋 업했다.

검은 제복과 하얀 망토가 매력포인트인 페이트의 배리어 재킷이 휘날리며 페이트의 자세를 안정시켰다.

자세를 잡은 페이트는 고개를 들었다.
거기에는 무표정… 아니, 무표정이라고 하기엔 조금 미묘한 표정을 짓는 유노의 모습이 있었다.

레이어컷으로 멋을 낸 허니블론드 머리카락은 공중에서 순환하는 공기의 흐름에 휘날리고 있고 어떤 마법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전 준비가 끝난 마력이 그의 왼손에서 작은 구체의 형태로 모여 있다.

"뭘 한 거야?!"

페이트가 유노의 갑작스러운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마법을 이겨내고 한 말은 그것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바인드의 수로 밀어붙인 구속과 선더 레이지 자체의 전격 구속력이 더해진 상태라면 제 아무리 유노라도 움직임이 제한될 터였다.
그 상황에서 선더 레이지의 집속 포격을 정면에서 받았다.
거기에서 끝날 것이라고는 페이트도 생각하지 않았지만, 몸은커녕 옷에 상처조차도 없다는 것은 아무리 많은 전장을 거친 노련한 페이트라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이 마법.
거대한 잔버의 형태를 유지하던 바르딧슈를 순식간에 액세서리의 형태로 돌아가게 하고 배리어 재킷 모드를 해제시켜 순간 자신을 무력화시킨 마법.

"뭘 한 거야! 유노!"

공중에서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유노에게 그녀는 다시 한 번 질문했다.

그러나 페이트는 특별히 거기에 대한 대답을 기대하고 그런 질문을 한 것이 아니다. 예전에 그녀가 그에게 마법을 배울 때 모르는 것이 있으면 뭐든 대답해줬던 유노였다.
아무리 그런 친절한 유노라지만 지금은 적. 적에게 약점이 될 지도 모르는 정보를 제공하는 친절한 사람 따위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나 존재하는 가공물에 지나지 않는다.

"궁금해?"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말이었다.
의외의 대답에 흠칫한 페이트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무슨 생각이지?'

페이트는 하켄폼 상태의 바르딧슈를 꽉 쥐고 신경을 집중했다.
바인드? 트랜스포터? 결계?

각종 변수를 생각하던 페이트에게 돌아온 말은 의외로 직선적이었다.

"코어 크래킹."

"뭐?"

"암드 디바이스든, 스토리지 디바이스든, 인텔리전트 디바이스든. 모든 디바이스에는 핵이 있어. 술자의 링크 코어에서 마력을 받은 디바이스가 그것을 토대로 술식을 연산하고 구축하여 그 마법을 실현하게 하는 핵이지."

유노는 순식간에 페이트의 시선의 높이까지 고도를 내렸다.
페이트는 움찔했지만, 유노가 왼손에 쥐고 있는 마법은 아직 고정된 상태였다.

"핵은 기본적으로 고강도의 물질이야. 설사 살상용의 마법을 정면으로 받는다고 해도 간단하게 부서지지는 않아. 뭐, 아르크 앙시엘급의 파괴력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거야?"

하켄폼으로 전투 자세를 유지하는 페이트의 모습을 보며 유노는 혀를 찼다.
그는 손가락으로 바르딧슈를 가리켰다.

"바르딧슈, 왜 하켄폼일까?"

"에? 왜라니…. 아!"

순간 페이트는 의문을 가졌다.
그녀가 알기로 이런 상황에서는 바르딧슈는 하켄폼이 될 수 없다. 관리국이든 다른 차원이든 표준 규격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이상,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배리어 재킷이 해제됐을 경우 다시 배리어 재킷 모드로 셋 업했을 때, 두 가지 상황에 놓이게 된다.

첫 번째는 마력이 고갈되어 간신히 형태만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이 경우 디바이스는 스스로 마력을 가장 아낄 수 있는 형태에서 제한적인 술식을 지원한다.
두 번째는 스크램블(긴급태세). 이 경우 적의 공격에 의한 일시적 배리어 재킷 모드 해제라는 점에서 빠른 대처를 위해 디바이스는 마지막으로 구현했던 형태나 술식 기록을 자동으로 저장한다. 그리고 배리어 재킷 셋 업 시에 바로 그 형태로 술자를 지원하게 된다.

페이트의 경우는 마력이 특별히 모자란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후자가 페이트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잔버를 휘둘렀던 페이트의 손에 지금 들린 것은 '하켄폼'인 바르딧슈였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이 경우 모든 표준규격 디바이스는 비상 사태로 간주하고 스스로 마지막 술식을 저장해. 그리고 다시 배리어 재킷을 구현했을 때, 마지막 형태로 술자를 지원하지. 그런데 왜 바르딧슈는 잔버폼이 아니라 하켄폼일까?"

유노는 검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눌렀다.

"디바이스의 핵은 분명히 외부의 마법 충격이나 물리적 충격에서 상당히 보호를 받고 있지만, 그것이 충격이 아니라 전자적인 것이면 어떨까?"

"그런 거였나…."

페이트는 지금 유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코어 크래킹. 말 그대로 디바이스의 핵에 전자적인 파괴를 자행한다. 딱히 핵에 직접적으로 손 댈 것은 없고 디바이스의 일부분이라면 가능해."

유노가 쓸 법한 방법이었다.
페이트는 스스로 유노의 특징에 대해서 좀 더 신중하지 못한 것을 자책했다.

"물론 이런 것에도 디바이스 핵은 안전장치가 있어서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지만, 아마 수리를 받기 전까지 고도의 마력 제어가 필요한 마법은 못 쓸 거야. 지금 바르딧슈 같은 경우라면 잔버폼에서 쓸 수는 모든 마법이나 선더 레이지류, 포톤 랜서 팰렁스 시프트정도려나?" 

세세한 마법 이름까지 거론하며 묘한 표정으로 설명하는 유노에게서 페이트는 긴장 그 이상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방어.
9살 때 나노하가 쏜 스타라이트 브레이커+를 9살 때 유노는 막았다.
결계.
우미나리 시 전역에서 사용한 강장결계와 봉시결계는 모두 유노가 사용한 것이었다.
치료.
어둠의 서 사건 초기, 볼켄리터와의 싸움에서 나노하와 페이트에게 뛰어난 야전치료를 한 것은 유노였다.
전송.
그녀가 아직도 힘들어 하는 트랜스포터를 유노는 트랜스포터 하이라는 상위단계의 영역에서 마음껏 활용한다.
지식.
볼켄리터와의 싸움을 위해 제공한 카트리지 기술, 그리고 J.S 사건 때 성왕의 요람에 대한 정보는 차원정보국의 전신인 무한서고에서 나온 것들이었다.

지금 그녀에게 유리한 것은 단지 공격과 마력의 양.
그 외에는 모든 면에서 유노에게 밀리고 있었다.
그리고 새삼 그녀는 다시 깨달았다.

그녀가 기억하는 유노의 능력, 그건 대부분 유노가 어릴 적에 한 것이었음을.

지금의 유노는 페릿으로 폴리모프를 하여 마력을 아껴야 하는 유노가 아니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그녀도 그도 22살. 그녀가 지금 이렇게 강해진 것처럼 유노도 강해졌을 것이다.

'이길 수 있을까?'

지금껏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생각이 흔들린다.
제일 스칼리엣티의 은신처에 돌입했을 때도, 린포스가 폭주하여 거대한 마력 생명체로 변했을 때도, 어머니 프레시아의 명을 받아 주얼시드를 위해 나노하와 싸우면서도.
절대 무너지지 않은 그녀의 생각이 지금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진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유노에게 번듯한 공격 마법이 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마력데미지로 녹다운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유노도 일반적인 의미로 이길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보조계 마도사는 아군의 포격, 근접계 마도사가 손쉽게 적을 처리할 수 있도록 힘을 빼거나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 정도의 일만 해내면 유노로서는 이긴 것이었다.

그 생각을 한 순간, 페이트는 지체하지 않았다.
하켄폼의 바르딧슈가 빛났다.

[Haken Saber]

노란 빛의 칼날이 유노에게로 날아갔다.
유노는 순간적으로 뒤로 몸을 빼고 고도를 높였다.

"소용 없어!"

페이트의 조작을 가하자 노란 마력 칼날이 고도를 높여 나갔다.
유도 조작에 있어서는 페이트도 자신 있는 부분이었다.

하켄 세이버의 속도는 간단히 유노의 비행 속도를 따라 잡았다.

"라운드 실드!"

작은 원형의 녹색 마법진이 하켄 세이버를 막아냈다.
당연하게도 페이트가 노리는 것은 하켄 세이버를 통한 데미지가 아니었다.

"뒤인가?"

후방을 잡은 페이트의 집속 마력이 충전되었다.
현 상태의 페이트에게는 제법 위력적인 중거리 포격마법이 준비되었다.

[Plasma Smasher]

전격의 마력이 유노의 후방을 덮쳤다.
그러나 순간 페이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라운드 실드 전개가 늦어?!'

플라즈마 스매셔가 유노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이대로는 직격이다.
아무리 숙련된 마도사라도 정면에서 그대로 이정도 포격을 맞는다면 성하지는 않는다.

'그 유노가 이것을 맞는다고?'

그러나 페이트의 그 생각은 바로 유노가 취한 행동에 의해 완전히 잊혀졌다.
유노는 코앞까지 집속포가 온 순간, 라운드 실드를 발현했다. 그리고 유노는 그 라운드 실드와 거기에 부딪히는 플라즈마 스매셔의 마력을 엔진으로 삼아 빠른 속도로 시야에서 사라졌다.

"유노가 없어졌… 아니야!"
 
페이트는 순간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느낌은 적중했다. 유노는 역시 상처 하나 없이 거기에 서 있었다.

"페이트,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 끝까지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유노는 이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게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페이트의 눈에 그런 표정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가 보여준 행동 자체는 페이트에게 충격이었다.

"자, 이야기 끝났습니다. 이제 마음대로 하세요. 라고 상대방이 말해야 되는 것 아니겠어?"

"바, 방금 그건…."

"그래,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고. 아무래도 진짜 페이트 너는 나중에 다시 나한테 배워야겠는데?"

말투에 약간의 조소를 섞은 유노는 딱히 진심으로 그런 말은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페이트의 귀에 그 말은 꽤 거슬리게 들렸다. 적이다. 지금 유노는 이쿠스 배리어를 빼앗으려는 세력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페이트는 그것을 기정사실화했다.

그런데 그런 유노는 지금 저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화가 아니라 어이가 없어지는 상황이었다.

"내가 지금 보여준 것이 아까 선더 레이지의 마력에서 내가 그런 상태로 있을 수 있는 이유라는 거야."

"이해가 안 돼…. 지금 니가 하는 말은 다 이해가 안 돼!"

"진정하고. 기본적으로 방어마법은 포격마법의 구성 술식을 역산할 수 있는 술식들을 이용해 마력을 경감시키는 역파동을 발산하는 거지. 예를 들어 어떤 포격 마법이 100이라는 수식의 결과물을 가지고 있다면, 그를 막을 수 있는 방어 마법은 2, 5, 10, 25 등의 수식의 결과물을 보유하고 있는 거야. 뭐, 실제로는 미적분이나 n값, 함수라는 변수도 있어서 쉬운 건 아니지만. 그리고 최종적으로 술식의 결과값을 파괴할 수 있는 정도의 값으로 깎아 내면 방어 성공이지. 물론 물리적인 충격도 버틸 체력도 중요하고 말이야."

유노는 여전히 마력의 구체를 움켜쥐고 있는 왼손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하지만 파괴할 정도는 아니지만 버틸 수 있는 수준까지 마력을 깎은 다음 힘을 좀 빼면 어떻게 될까?"

순식간에 학생에게 질문을 하는 교수 모드가 된 유노는 표정에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즐기고 있었다.
아니, 엄연히 따지자면 즐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추진력을 얻게 되는 거야. 마찬가지야. 페이트, 유감스럽지만 그때 네가 건 바인드는 모두 풀었어. 하지만 그 상태에서는 너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지. 일반적인 속도에서는 밀리는 것이 사실이니까. 하지만 선더 레이지 정도의 속도라면 충분히 허를 찌를 수 있었어. 그래서 라운드 실드보다는 적당히 수준 높은 실드를 전개하여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추진력을 얻고 마력의 빛이 시야를 부분적으로 가릴 때 크게 돌아서 네 배후로 갔다. 뭐,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는 걸까?"

유노의 설명을 들은 페이트는 속으로 납득했다.
그리고 하나 같이 마법에 대한 이해도가 유노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녀가 지금까지 '인식'하던 착하고 따뜻하고 정보의 지배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유노는 진정한 의미에서 본 모습이 아니었다.

이것이 진정한 유노의 모습.
그의 실력은 그녀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이다. 예전부터 그 모습은 드러났지만 인식하지 못한 것뿐이다.
그리고 지금은 관리국의 어둠과 같이 하며 그 어둠 속에서 S랭크 이상의 마도사들을 다루는 조직의 수장다운 실력을 가지고 있다.

즉, 그 인식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도 조작되어 있다.

"…랭크도 조작된 거야?"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페이트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경계는 풀지 않았다.

"아마도."

"뭐라고?"

"자세한 건 비밀이야."

그렇게 말한 유노는 다시 표정을 바꾸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럼 좀 이야기해볼까? 일단 오해를 좀 풀었으면 싶은데."

유노는 시간을 벌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일부러 아까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아까 그것으로 유노는 5분 가량을 벌었다. 하지만 아직 아키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 유노는 아마 지금의 페이트에게는 소용이 없을 '오해 풀기'를 시도한다.

그는 한 손을 살짝 들었다가 내렸다.
잠시 동안 휴전을 제안하는 행동이었다.

"오해라니…. 이건 어떻게 봐도 유노, 네가 이쿠스 배리어를 노리는 거잖아! 이 타이밍에 등장한 것도 그렇고, 게다가…"

갑자기 생각난 머리가 뚫려 죽은 시체의 모습때문에 잠깐 말을 끊은 페이트는 그것을 모두 떨쳐내지 못한 채 말을 이었다.

"아까까지 나와 싸우던 그 백발의 마도사가 쓰던 마법…. 본 적이 있어."

"음?"

유노는 순간 흠칫했다.

그것은 그가 걱정하는 것 중에 하나였다.
그는 이미 나노하들에게 경고를 위하여 '최초의 교전'에서 가장 많은 정보가 유출된 유르겐을 추가적인 정보유출을 감안하고 가장 많이 활용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유르겐의 이미지는 분명히 그녀들에게 강렬하게 남아 있었다.
최초의 교전에서도 그랬고, 성왕의 회장에서의 교전도 그랬다. 그리고 그와 사적인 관계가 있는 샤멀과 일부러 접선하게 한 것은 결정타였다.

'늦은 건가?'

유노는 최초의 교전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그 시점에서 유출된 정보에 대해서 SDA는 많은 대응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
유르겐의 정보를 대량으로 유출시켜 그 정보의 바다 속에 다른 정보들을 수장시켜도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따라서 유노는 그 정보는 없애거나 희석시킬 필요를 느꼈다.

데이터로 산출될 수 있는 마법사용 기록과 전장에 퍼져있던 잔존마력은 모두 제거했다.

그러나 데이터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보통 방법으로는 없앨 수 없다는 점에서 전자적인 데이터보다 두려운 존재다.
크로노는 운 좋게 성공했지만, 그 사건 이후 지나치게 신중해진 그녀들에게는 손을 대지 못했다. 알프는 레어스로크에서 추적을 실패한 뒤로는 행방이 묘연하다.

"그 마법, 아코스 씨에게 들은 성왕의 회장 근처에서 비타 일행이 잡은 SDA의 요원들을 죽인 마법의 모습과 비슷해."

그의 예상대로 문제는 기억이었다.
경고를 위해 정보를 주기 위한 아키의 원거리 저격은 그녀의 특별한 능력을 활용한 특수 능력이다.
유노는 아키에게 그 점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마법적 지식에 전문적이지 않고 사람이 죽는 순간 정도로 정신적 데미지를 많이 받는 사람들이 있는 시점을 노리라고 지시했다.

유노가 바란 것은 기껏해야 베롯사와 비타, 쟈피라 정도가 모여 있는 시점이었지만, 보고에 따르면 그 외에도 샤멀, 티아나, 긴가가 모여 있는 시점에서 공작이 실행됐다.
그것은 정보 제공이라는 점에서는 성공이었지만, 그 만큼 아키의 술식 정보는 노출되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어떻게…"

"아니야?!"

유노는 페이트를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아키가 그 능력을 발휘하기 전에 막을 필요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아키는 이미 공간도약 저격 능력을 사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여기에 실제로 그 술식을 본 인물 중 한 명인 카림이 개입한다. 정보는 아직 제공되지 않은 것 같았지만.

오해 풀기가 소용이 없다는 건 알았지만, 감정적인 것에 한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유노는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이미 이 시도는 소용이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긴 생각이 유노의 머릿속에서 몇 초 만에 스쳐 지나가는 동안 페이트는 목소리를 높여서 말을 이었다.

"그 정도까지 보면 네가 이쿠스 납치에 개입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냐고?! 이쿠스를 노리는 그런 능력을 가진 마도사가 나타나고, 이어서 니가 그 마도사를 구하듯 나타났어─!"

"…."

"…어째서야?"

페이트는 갑자기 고개를 떨구고 마력의 날을 세운 바르딧슈를 든 팔을 힘없이 내렸다.
바르딧슈를 쥔 손에서 떨림이 느껴지자, 바르딧슈는 의문을 가졌다.

[Master?]

"…러는 거야?"

"음?"

"그 정도 힘이 있는 네가… 왜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나노하가 눈물을 흘리게 하고, 하야테를 고생하게 하는 거야? 넌 원래 그런 애가 아니잖아?!"

자신이 가장 지키고 싶은 그녀가 운다. 자신 때문에.
그녀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지금 그의 행동 때문에.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감과 동시에 페이트의 나머지 말이 유노에게 들려온다.

"지금 니가 가진 힘을… 왜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데 쓰는 거야?!"

페이트의 표정은 유노에 대한 서운함과 분노에 약간의 눈물이 섞여 매우 복잡해 보였다. 그녀의 애절한 말이 유노에게 날아갔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유노의 냉정한 부분을 담당하는 뇌는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알게 됐을 때부터 그 부분에 대해서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형태는 없었지만 그녀의 말은 날카로운 형태를 가진 창 끝과 같았다.

"이유는 이미 알프에게 들었잖아? 그리고 굳이 너희들에게 설명할 이유는 없어."

그러나 그런 이유로 유노는 스스로 들어온 이 무정한 세계에서 돌아갈 수 없다.
퉁명스럽게 대답한 유노를 본 페이트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그래?"

그리고, 고개를 든 페이트의 눈은 다시 매서워진다.

"그럼, 힘으로 알아내겠어!"

그와 동시에 페이트 주변에 있던 공기가 갈라졌다. 



샤하는 계속 츠마부키와 교전을 하고 있었다.
육전 AAA랭크인 그녀는 육전에서만큼은 웬만한 상대에게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객관적인 랭크가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확실히 커다란 도끼형 디바이스를 든 갈색머리 남자에게 밀리고 있다.
마법을 사용하는 수준이나 체술 면에서는 스스로도 열세임을 느끼고 있었다. 마력량에서 느껴지는 차이로 봐서는 관리국의 측정법에 의한 랭크 수치는 잣닝 앞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샤하에게도 느껴졌다.

적어도 샤하보다는 10살 이상은 차이가 나 보이는 외모, 그리고 디바이스를 쥔 손과 팔에 난 상처들, 그리고 자신을 상대로 임하는 눈빛.
어디에도 방심을 하거나 자신을 얕잡아 본다거나 하는 것이 없었다.

"한 눈 팔면 쓰나."

테라포스가 지면을 강타했다.
마력의 기둥과 함께 흙먼지가 튀면서 샤하의 시야를 가렸지만, 샤하는 감으로 빈델샤프트를 휘둘렀다.

금속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충격이 서로에게 전해진다.
다시 정면에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샤하에게 말했다.

"네놈들의 구원 투수는 사라졌나 보군."

"크흑…."

샤하도 느끼고 있었다.
페이트가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의 마력은 사라졌다. 그리고 몇 분이 지난 지금도 페이트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빈델샤프트를 재빠르게 휘두르며 샤하는 계속 생각했다.

'페이트 씨 정도의 마력이 이렇게 간단히 사라질 리가 없어.'

거대한 마력이 단숨에 사라지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거대한 마력을 가진 마도사가 그보다 강한 일격을 받고 마법 데미지로 인해 녹다운하거나 사망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그 정도의 마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페이트 씨가 진 건 아니야. 그렇다면….'

또 하나는 거대한 마력을 가진 사람이 전송 마법 따위로 다른 공간으로 갑자기 사라지는 경우. 샤하는 후자에 가능성을 두고 있었다.
그 근거로 샤하 역시 미묘하게 익숙한 마력을 몇 분 전에 느꼈다.
자신의 마력 감지 능력에 이상이 없는 이상 그것은 틀림없이 그녀가 아는 관리국 최고위층 중에 한 명이자, 이번 호송작전을 제안한 젊은 국장임이 확실했다.

'이렇게 되면 어서 여기를 마무리 짓고 기사 카림에게 지시를 받아야 해!'

샤하는 재빠르게 언덕으로 달렸다.
그러나 츠마부키는 가속술식을 이용하여 빠르게 그녀를 따라잡았다

"그 정도 속도로는 날 떼어내지 못해!"

[Shock Wave]

"위, 위험해!"

테라포스에서 강력한 충격파가 날아왔다. 언덕의 경사면을 스치듯 쇼크 웨이브가 공중으로 솟구쳤다.
재빨리 몸을 숙여 피한 샤하였지만, 배리어 재킷 중 일부가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찢겨 나갔다. 배리어 재킷의 손실은 곧 마력의 손실과도 같은 뜻이다.
샤하는 시간이 없음을 깨달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적어도 선신질구를 이용한다면 한 방을 노릴 수는 있을 텐데.'

언덕의 반대편으로 넘어간 샤하는 곧이어 액셀코스의 가속을 활용해 점프해서 날아오는 츠마부키를 향해 빈델샤프트를 겨누었다.

"열풍일진──!"

[Earthquake]

테라포스가 열풍일진의 고속 참격을 몸으로 버텨내고 그대로 기계음과 함께 마법진을 발현했다. 공중이었지만 샤하의 얼굴 정면에서 강력한 진동이 날아왔다.
샤하는 순간적으로 빈델샤프트로 얼굴을 가리고 배리어를 발동했지만 덮쳐오는 진동까지 막을 수 없었다. 마력의 파동이 그녀의 몸을 지나갔다.
그러나 마력 데미지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샤하였지만, 그 직후 그 표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긴장이 표정 자체가 되어 나타났다.

"그 마력은 일종의 신호. 진짜는 이거지."

그리고 땅에서 강력한 진동이 일어났다.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은 느낌이 한정적인 공간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샤하가 있던 곳을 중심으로 반경 약 20m 공간의 지면이 갈라지면서 깊이 5m 이상의 커다란 크레이터를 만들었다. 그리고 크레이터를 만든 뒤에도 엄청난 진동은 샤하의 균형을 완전히 빼앗았다. 

그런 진동 속에서 츠마부키는 태연하게 테라포스를 휘둘렀다.

"으아───악!"

비명과 함께 샤하의 몸이 요동치는 크레이터의 지면에 닿았다.
그러나 츠마부키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언덕을 바라보고 샤하의 몸을 들어 공중으로 던졌다. 그리고 테라포스에 마력을 집중했다.

[Shock Wave]

강력한 충격파가 공중에서 샤하의 몸을 날려 버린다. 파동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의 흐름과 왜곡이 그 위력을 시각화하여 보여준다.
그대로 포물선을 그리며 몇 십 미터를 날아서 샤하의 몸은 다시 언덕 반대편에 있는 경사면으로 떨어졌다.

"끝났으려나?"

츠마부키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크레이터 안에서 하늘을 쳐다봤다. 그는 눈썹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금발의 마도사는 사라진 것 같지만, 그럼에도 공중에서는 두 명의 전투수녀로 전력을 강화한 성왕교회가 앞서고 있는 분위기였다.

"어서 지원을 해야겠군."

그러면서 머릿속에서 액셀코스의 생각하던 그 순간, 츠마부키는 후방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마력을 감지했다. 아까 자신의 쇼크 웨이브를 맞고 날아간 그 수녀의 것이다.

"끈질기군. 그렇다면…."

크레이터 안에서 츠마부키는 자세를 잡았다.
테라포스의 코어가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계산하는 술식은 평소의 수식에 변형을 가한 강화된 쇼크웨이브.

"수직이 아니라 수평으로 언덕과 함께 완전히 날려주지─!"

이것이 발사되면 종이를 자르듯 언덕을 날리고 언덕 너머에 있는 상대까지 충격파로 날려버릴 것이다.
테라포스가 모든 계산을 끝내자, 마법의 준비를 알리는 기계음이 흘러 나왔다.

[Shock Wa…]

그리고 기계음을 잡아먹을 듯 한 소리와 함께 크레이터의 벽면에서 아음속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등장한 것은 벽을 통과한 샤하였다.

"광풍섬격────!"

벽에서 갑자기 나타난 수녀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츠마부키의 몸으로 파고들었다.
경이로운 속도의 접근은 많은 전투로 경험을 쌓은 츠마부키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거친 바람 같은 빈델샤프트의 일격이 테라포스를 쥔 손을 무력화하고 그대로 츠마부키의 몸에 데미지를 박아 넣었다.

"크아악────!"

거친 비명소리와 함께 츠마부키는 그대로 크레이터의 반대편 벽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벽을 1m쯤 뚫고 츠마부키의 몸은 정지했다.
상황을 이해하지못한 츠마부키는 거칠게 숨을 고르는 샤하를 향해 비린 맛이 섞인 침을 넘기며 입을 열었다.

"…어, 어떻게… 이런…."

동시에, 그 일격으로 힘이 반 이상 빠져버린 츠마부키로서는 풀 수 없는 고도 술식이 적용된 후프 바인드가 그를 둘러 쌌다.
천천히 걸어오는 보라색 숏 컷의 수녀는 거친 숨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당신이 만들어준 크레이터 때문이에요."

"…크레이…터 때문이라…고?"

한 쪽 눈을 가늘게 만들어 원거리 초점을 맞춘 츠마부키는 수녀가 나온 방향의 벽을 쳐다봤다.
샤하는 말을 이었다.

"하아… 당신과 같은 방법이에요. 당신이 만든 크레이터 때문…에 저의 선신질구를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벽'이 생긴 거에요. 크레이터의 벽과 이 언덕의 경사면 사이라는… 벽이 말이죠. 선신질구는 벽 사이의 공간을 고속으로 통과할 수 있는 마법이에요. 그 고속의 속도로 가속도를 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을 날린 것이죠…. 크아…." 

거친 숨을 계속 골라내며 샤하는 그에게 날린 일격의 방법을 설명했다.

쇼크 웨이브로 경사면으로 날아간 샤하는 그 찰나의 순간에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것이다.
그야말로 샤하의 모든 마력을 담은 공격은 샤하의 기지로 성공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이제 샤하는 서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벅찬 상태였다.
츠마부키는 그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술은 수많은 전투를 거쳐 알아낸 액셀코스를 활용한 그의 전술과 비슷한 것이었다.
체중과 속도, 그리고 공격 자체의 속도까지 활용되어 붙은 속도를 모두 힘으로 변환하여 만든 훌륭한 결과였다.

"액셀코스가 없어진다우!"

"뭐라고?!"

제이슨은 마력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츠마부키가 무력화되면서 지면에 있던 백색 빛 타원 결계인 액셀코스가 사라지자, 아직 전투를 하던 페리 잭 사설부대쪽 육전 마도사들에게 혼란이 찾아왔다.

"하아…. 이제 지원을 해야 하겠군요. 그러기 전에 우선 당신을 완전히 구속해야겠어요."

물리적인 방법이 섞인 구속 장치로 샤하가 그의 몸을 묶는 동안, 츠마부키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자, 구름의 움직임이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안 츠마부키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뭐죠?"

조금은 진정이 된 목소리로 샤하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을 짓는 그에게 물었다. 
그런 츠마부키는 표정을 바꾸지 않고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위해 천천히 입을 움직인다.

"나를… 이긴 답례를 하지. 여기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마… 좋을 거야. 곧 전세가 기울 테니까."

"무슨 소리죠? 당신도 보시다시피 저희가 당신들을 제압해 나가고 있습니다. 곧 당신들은 제압될 거에요."

"크훗, 착각을 하나 본데. 난… 수녀님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야. 녀석이 올 거다. 우리의 주인이 제공한… 한계를 넘는 수단을 사용하고 말이지."

그리고 그 곳에 있는 전원에서 중압감마저 드는 마력의 폭발이 느껴졌다.

한편,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아키는 트레일러 안에서 이쿠스 배리어가 든 것으로 추정되는 보존장치의 보안장치를 해제하고 있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성왕교회 특제 보안장치는 일반인들이 보면 바로 머리에서 현기증이 날 정도로 복잡해 보이는 것이 다수지만, SDA에서 각종 보안장치의 파괴와 해제 등을 훈련 받은 아키에게는 그저 그런 수준의 보안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이것만 제거하면."

마지막 기계식와 디지털 전산 암호화 장치가 결합된 주 고정장치를 돌파하자, 차가운 느낌이 드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보조장치들이 해제되었다.
그리고 압축공기가 빠져 나가면서 이쿠스 배리어의 마력이 흘러 나오는 보존장치는 완전히 트레일러에서 분리되었다.

"…그러면 이제 가볼까?"

[Operation receipt. Plan W.T(Warp Transportation)]

보존장치의 정면에서 은색의 마법진이 발현되면서 공간 왜곡이 발생했다. 그 너머에는 차원공간이 있었다.
타차원까지 가는 능력은 없지만, 적어도 좌표만 알면 그녀가 있는 곳(따라서 지금은 미드칠더) 내에서 차원 간 워프를 통해 어디든 갈 수 있다.
그것은 아키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진 특수한 워프 능력을 응용한 것이다.

당연히 사람이 갈 수 있다면, 물건도 갈 수 있다.

[Sir, Ready to carry out plan that target transport.](목표 수송계획 실행이 준비되었습니다.)

"…설정 목표는 MNSI-9391. 중량에 대한 대응책 준비."

[Roger. Prepared algorithm about flotage measure.](확인. 부유 대책에 대한 연산법이 준비되었습니다.)

왜곡된 공간 너머에는 밤하늘과 같지만 뭔가 다른 색다른 빛이 있는 어두운 공간이 있었다.
마치 시공관리국의 함대가 사용하는 디멘셔널 게이트의 차원 공간과 같았다.

그 이질적인 공간을 향해 아키가 발을 내디디려는 순간, 강력한 마력의 폭발이 느껴졌다.
아키는 순간 눈을 찌푸렸지만, 거기에 연연할 시간은 이제 없었다. 빨리 가야 한다.



이나시오는 페리 잭 사설부대의 공전 마도사를 대부분 제압했다.
이나시오 소속의 전투신부와 전투수녀는 생각보다 강했고, 전투 센스 면에서 그들보다 우월했다.

"젠장!"

마지막 남은 페리 잭의 공전 마도사는 고함을 질렀다. 지상에서는 나름 비슷하고 싸우고 있었지만, 전세의 향방을 좌우할 공전 마도사 간의 싸움에서 그들은 철저하게 패배했다.
그의 손에서 땀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는 계획이 실패하고 만다. 그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하는 순간에도 적은 오리비에의 자비라는 이름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제길, 츠마부키 씨도 진 것 같다. 어쩌지?!'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곳에 있던 전원이 마력의 폭발을 감지했다.
그리고 희비가 엇갈린다.

"흐, 흐흐…. 흐하하하하하!"

아까까지 밀리고 있던 적이 갑자기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음을 터뜨리자, 플로렌시오는 오벨세이버를 겨누고 미친 사람처럼 웃는 그에게 말을 걸었다.

"무슨 폭발이지? 네놈은 뭔지 알고 있겠지?"

"하하하하핫! 크핫! 네놈들은 방금 전까지 싸운 적의 마력도 기억 못 하는 거냐? 성왕교회도 별 것이 아니군."

"뭐라고?"

그 말을 들은 플로렌시오와 로엘은 다시 마력을 차분히 감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스스로 마력을 분석한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그 답은 급하게 들려온 목소리에 의하여 알려졌다.

"그, 그놈이 온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에리히 비오였다.
그는 아까 이상한 반월도처럼 생긴 디바이스를 가진 남자와 싸웠을 것이다. 이 성왕교회 호송대의 책임자이자, 최고 전력으로서.
그런 그가 다급한 목소리를 내며 직위를 잊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들에게 소리친다.

"무, 무슨 일입니까?!"

"노, 놈을…. 나의 리스펙트 포 라이트로 묶었단 말이야! 녀석이라면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리스펙트 포 라이트.
그들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에리히 비오 신부가 사용하는 최강의 결계 마법. 아니, 아마 이 직위 높은 신부가 사용하는 공격마법들보다도 위력적인 마법으로 알고 있었다. 물론 구조도 알고 있었다.

적은 그걸 힘으로 깨고 나온 것이다.
그래서 에리히 비오 신부는 지금 후배 신부들 앞에서 지금껏 보여주지 않은 흥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럼 방금 폭발이?!"

"녀석이 리스펙트 포 라이트를 파괴하면서 만든 것인가?!"

로엘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3명의 전투신부와 2명의 전투수녀 앞에 폭발의 주인공은 모습을 드러냈다.
후방에 커다란 원형의 붉은 마력을 가진 채, 그가 들고 있는 칸자르라 불리는 디바이스는 맹렬한 마력의 날을 세우고 있었다.

오마르 잭.
페리 잭의 개인 집사이자, 이 이쿠스 배리어 탈취 작전의 최대 전력. 그리고 지금 그는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제공한 한계를 넘는 수단을 사용했다. 

'역시 잭 가문의 유전공학이 만든 현세대 최강의 유전자! 엄청나구만!'

공중에 남은 사설부대의 공전 마도사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슬금슬금 태세를 잡았다.

붉게 타오르는 마력은 지상에 있는 제이슨과 그 일행, 그리고 샤하에게도 닿았다.
제이슨은 방금 제압한 프리오리스 전투수녀의 머리에 마무리 사격을 가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드디어 쓴 것이우?"

츠마부키를 완전히 구속한 샤하는 지친 몸을 기댄 채, 공중에서 빛나는 붉은 마력을 지켜봤다.
지금의 그녀로서는 이길 수 없다. 그것이 그녀가 내린 단순하지만 가장 진실에 가까운 결론이었다.

한편, 공중에서 상황을 파악하던 오마르는 쓰러진 트레일러에 시선을 준 뒤, 다시 공중에서 자신을 향해 디바이스를 겨누는 전투예복을 입은 성왕교회의 마도사들을 쳐다봤다.

'이자벨 누나는 벌써 갔군. …츠마부키 씨는 당한 건가.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

그리고 평소보다 날이 더욱 빛나는 칸자르를 수평으로 둔 채 자세를 잡은 오마르는 그대로 가장 가까이 있던 전투수녀에게 고속으로 접근했다.

"무, 뭐?"

"일단 한 놈."

쿵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는 땅으로 쳐 박혔다.
대응도 하지 못하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그녀는 그 일격으로 실신했다.

그녀도 일단 A랭크의 마도사였다. 설사 실력 차이가 나더라도 이 정도로 쉽게 당하지 않는다. 그렇다. 웬만한 실력 차이라면.
에리히 비오는 팔의 떨림을 느끼면서 작게 성왕의 가호식을 그리고 있었다.

'리스펙트 포 라이트는 마력구성이 세밀하기 때문에 단순한 집속포 사격으로 깨려면 이론적으로는 포격마법 자체가 AAA+랭크는 되어야 해.'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로엘이 디바이스 주변에 6개의 마법진을 띄웠다.
그가 아는 한 로엘이 거기에서 쓸 수 있는 마법은 하나다.

[Mercy of Olivier]

6개의 베르카식 마법진마다 가는 실처럼 생긴 마력의 줄이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 실 하나하나에 거역할 수 없는 자비가 들어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인 '오리비에의 자비'라는 바인드였다.
빠르게 마력의 실타래에서 풀려 나온 수많은 실들은 칸자르의 몸에 엉겨 붙기 시작했다.

"지금입니다!"

[Olivier tools]

플로렌시오가 아무 말도 없이 빛의 도구들을 오마르에게 뿌렸다.
그 사이 뒤에 있던 전투수녀와 페리 잭 사설부대의 공전 마도사는 서로에게 집속포와 바인드를 쏟아내며 교전을 펼치고 있었다.

기세 좋게 날아간 성왕교회의 신부들의 공격은 오마르에게 적중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오마르는 바인드에 묶인 그 상태에서 칸자르의 마법진을 발생시켰다.

[Kamar el-Ahmar]

묘하게 꼬인 것 같은 말투의 기계음이 울려 퍼지자, 오마르의 뒤에 있던 붉은 달이 빛나기 시작한다.
빛이 점점 밝아지더니 이윽고 공중에 있던 사람들의 시야를 모두 가리기 시작했다.
에리히 비오, 플로렌시오, 로엘의 시야가 점점 붉은 빛으로 채워지더니 이윽고 완전히 붉게 변했다.

"아, 안 보여──!"

"으아아악────!"

"침착해──! 집속포는 아니다! 계속 공격을 퍼부어!"

[Olivier Light]

에리히 비오가 오리비에 라이트를 발사했다.
본래 광채가 날 정도로 빛나는 하얀 빛이 특징인 마력의 창이지만, 오리비에의 영광으로 빚어진 그 마력의 창조차도 붉게 물들고 있었다.
다행히도 마법을 사용한 에리히 비오는 신자로서 보기엔 절망스럽고 전의를 상실하게 할 그 장면을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적을 지우는 빛의 도움을 받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시야가 밝아졌다.

"뭐지?"

가장 먼저 눈을 뜬 로엘이 하늘을 쳐다봤다.
그리고 차례차례 이나시오 소속의 전투신부들과 수녀, 그리고 지상에 있던 샤하와 프리오리스 전투수녀회의 잔존 병력들이 그 불가사의한 현상을 보고 있었다.
말로는 들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인 페리 잭 사설부대의 일원들도 잠시 동안 무엇인가에 홀린 듯 그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하늘은 그곳에서 100km 떨어진 곳에서 창과 방패로 부딪치고 있는 유노와 페이트에게도 보이고 있다.

"이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리고 그보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현상을 일으킨 오마르의 주인은 안락한 자동차에서 나와 두 발로 지면에 서서 희미하게 웃으며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그리고 페리 잭은 오른쪽에서 생긴 공간의 왜곡을 보고 입을 연다.

"이자벨, 너도 보이냐?"

"…네, 아버지."

"일찍이 우리의 선조 샤미드 잭은 가문의 휘장에 붉은 달을 넣음으로써 원대한 계획을 상징했지. 그리고 지금 이 하늘에 우리의 가문의 상징이 떠 있다."

미드칠더에는 두 개의 위성이 있다. 푸른 빛을 내는 시스, 그리고 초록 빛을 내는 주노.
그러나 지금 하늘에 떠 있는 것은 미드칠더의 정상적인 달이 아니다.

인공적으로 마력으로 만들어진 붉은 달이 만든 붉은 하늘 아래에서 페리 잭은 아키가 가져온 보존 장치를 보며 유쾌하게 웃으며 말한다.

"현세대의 우리 잭 가문의 결과물이 이 정도라면, 거기에 이쿠스 배리어의 유전자가 합쳐지면 어떻게 될까? 크하하하하하하하핫──────!"

그 웃음을 보며 아키는 그가 눈치채지 못하게 표정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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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Phase 7-7 종료입니다.

악! 분량조절 실패!
결국 한 편 더 써야 합니다. ㅜㅜ
그냥 확 써버릴까 생각했지만, 제가 이글루스 임시저장 기능을 이용하는 이상 아마 45kb 이상이 되면 이게 중간에 짤리는 걸로 알고 있어서 말입니다. 뭐, 이것도 이미 넘었지만요;;


뭐, 내용은 정신 없어요. 전투도 있고, 머리 돌아가는 것도 있고, 갈등도 있고.
Force 포기하고 팬픽으로 자위나 해야죠. ㅜㅜ 유노야 ㅜㅜ

처음에 아키에 대한 이야기가 좀 나옵니다.
뭐, 역시 유전자조작으로 만들어진 설정이라는 것이고(제작년도로 따지면 페이트가 언니지만 나이는 아키가 많습니다.) 새로운 베르카 왕을 등장시켰죠.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있을 겁니다.

음, 이번에 샤하의 활약이 좀 있었습니다. '광풍섬격'이라는 신기술도 좀 추가해주면서 이기게 하긴 했지만요. 설정상 공개된 것이 열풍일진이랑 선신질구밖에 없으니;

에, 그리고 유노와 페이트.
제가 생각하는 보조계 마도사에 대한 것이 조금 녹아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뭐, 일부분이긴 하지만요.

그리고 오리지널 캐릭터들 간의 싸움!
아아, 이런 거 좋습니다. 으헣헣헣


아무튼 진짜 Phase7의 마지막은 다음 편으로(...)



- 막간 작가의 막장 설정 공개 -

리스펙트 포 라이트(Respect for Light) - 빛에 대한 경의.

위력 : AAA+
사정거리 : D
발사속도 : B
마법랭크 : AA+

- 성왕교회에 전승되는 고유의 결계마법. 현재 사용자는 성왕교회 비밀전력 이나시오의 전투신부인 에리히 비오 신부가 유일하다.
세 개의 마법진을 발생시켜 하나의 마법진이 고출력의 빛을 발산해 적의 시야를 빼앗고 그 사이 두 개의 마법진이 적의 정면과 배후에 배치되어 공간차단 후 차단 공간 내에 빛을 내뿜는 결계마법.
결계에 걸린 상대는 시야와 청각을 빛에 의해 빼앗긴다. 방향을 파악하는 중요감각이 통제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혼란을 줄 수 있다. 어중간한 실력이라면 그 안에서 10분 정도 있으면 미쳐버린다. 
범위는 협소하지만 최대 6명의 성인 마도사는 넣을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성인이라면 6명, 10대 정도라면 10명까지도 결계 영향력에 둘 수 있다. 과하게 밝은 빛을 통한 혼란을 조장하는 결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마력소모는 큰 편이지만 일단 방출된 막대한 빛이 내부에서 반사되면서 계속 공격하기 때문에 이후 마력소모가 별로 없고, 시전속도가 결계마법 중에서는 빠른 축에 속하기 때문에 실전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성왕녀 오리비에가 오리지널을 구사했다고 하며, 오리지널 술식의 출력은 성왕교회의 고문서에 따르면, 이것보다 훨씬 상회한다고 한다.

이글루스 가든 - 이글루스 리리컬 동맹단 가든지부

덧글

  • 아자토스 2011/09/13 19:35 # 답글

    이제 접기 테그도 사용하시는군요.
    잘읽었습니다.
  • 캐백수포도 2011/09/13 19:52 #

    길면 가끔 사용합니다. ~_~
  • 크류웨이 2011/09/14 23:29 # 삭제 답글

    선리플. 기다렸습니다! 꺄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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